Kirschblueten - Hanami

Review 2009. 8. 30. 14:35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감독 도리스 되리 (2008 / 독일, 프랑스)
출연 엘마 베퍼, 하넬로레 엘스너, 아야 이리즈키, 막시밀리안 브뤼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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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한 조용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루디와 트루디 부부. 그들은 삼남매를 둔 노부부이다. 부인 트루디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그녀가 일본의 후지산에 남편과 함께 벚꽃 구경을 가고 싶어하지만 남편이 가고 싶어하지 않아 가지 못한다는, 남편 없이는 가고 싶지 않다는 독백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 남편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의사에게서 전해듣는 트루디는 깊은 슬픔에 잠기고 남편을 설득해 베를린에 살고 있는 아들과 딸을 찾아가기로 한다. 갑작스런 부모의 방문에 바쁜 도시 일상을 보내는 아들과 딸은 그렇게 반기는 기색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저런 구경을 하면서 지내던 중 트루디가 바다 구경을 하고 싶다고 해서 가게된 바닷가 호텔에서 갑작스럽게도 트루디가 밤사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에 루디 역시 크게 슬퍼하며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녀에 대한 기억을 더듬던 루디는 그녀가 언제나 후지산을 보고 싶어했다는 것을 생각하고 일본에 살고 있는 막내아들 칼을 방문하기로 한다. 그러나 루디를 반기는 칼은 언제나 바쁜 일상에 아버지와 함께하는 것을 거추장스러워 하기 시작하고 루디는 트루디에게 자신이 보고 있는 일본의 풍경을 보여주어야 겠다는 생각에 자신의 겨울 코트 안에 그녀의 옷을 입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닌다. 그러던 중 공원에서 루디는 평소 트루디가 좋아하던 부토 무용을 하고 있던 어린 소녀 '유'를 만나고 그녀에게 부토 무용에 대해 이것저것을 물어보면서 트루디에 대한 그리움을 해소하고 그녀와 닿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점차 깨닫게 된다. 결국 루디는 '유'와 후지산을 보기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고 몇날 몇일을 기다린 끝에 맑게 개인 하늘 저편으로 후지산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그녀가 입던 기모노 잠옷과 그녀의 속옷을 입은 후 부토 분장을 하고 후지산이 저 너머로 보이는 호수 앞에서 그녀와 하나가 되어 춤을 추다 쓰러져 잠든다.

그냥 아무 기대없이 보게 된 영화인데, 너무 짠한 감동을 얻게 된 것 같다. 루디와 트루디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나 절실하게 느껴져서 포근하고 애절하면서 안타까운 감정에 푹 빠져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춤에 대한 열정과 일본에 가고 싶은 마음을 평생 누르고 자신의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살았던 트루디의 모습이나, 언제나 시계추 같은 삶을 살고는 있지만 아내인 트루디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한결같았던 루디의 모습에서는 정열적으로 타오르는 젊은 청춘의 사랑과는 또 다른 모습의 성숙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삼남매가 어쩜 그렇게들 철없이 부모들에게 냉대하는지에 대해 좀 화가나기는 했지만 나라고 뭐 다를게 있는가 하는 생각해 보니 내가 누굴 욕할 처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ㅠ.ㅠ 루디와 트루디의 모습은 우리의 부모님의 모습과 그다지 다를게 없는 모습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나 머리가 백발이 될때까지 평생을 함께한 부부라면 응당 그런 유대감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공감하면서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손을 꼭 잡고 해변가를 거닐던 이 부부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가슴 저미는 마음에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서있던 트루디를 잡아 이끌던 루디의 손과 그들의 그림자도. 아마도 루디는 후지산 앞에서 그녀의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순간 그 해변에서의 느낌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가을이 다가오는 이 시점 차분하고 따뜻한 감성에 젖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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