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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0.23 동료와의 대화
- 2021.03.29 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 2021.03.29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윤성택
- 2021.03.29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글
동료와의 대화
하루종일 쫓기듯 휘몰아치는 일들이 끝나갈 때 쯤 이루어진 동료와의 대화.
약간의 놀람과 수긍 그리고 또다른 고민속에 집으로 오는 발걸음이 무겁다.
평소에 잘 들여다봐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 힘든일을 마다하지 않음에 대한 고마운 마음, 에너지를 잃어가는 모습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교차되어 복잡한 심정이다.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싶지만 그러기엔 내 코가 석자인 상황.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나는 앞으로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끌고 가야할지 또다시 미궁에 빠져드는 듯 하다.
다음주가 되면 또 이런 고민들은 뒤로 한 채 눈앞에 놓인 일들을 쫗으며 살겠지만,
그래도 잊지않고 나와 함께 고생한 이들이 좀 더 어린 시절의 나처럼 무기력한 상태에서 회사생활을 이어가지는 않게 해야 겠다는 생각이 우선 든다.
지금의 상황을 회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그 안에서 원하는 것과 해야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까.
선배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구나.. 그래도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해보자!!!
글
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가난한 사랑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 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보지만.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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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이 시를 접한 그 순간부터 난 이 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줄한줄에서 느껴지는 그 애절함이란..
나는 그렇게 애절하도록 가난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느껴야 하는 구구절절한 사정들이
이 몇줄의 시를 통해 머리 한가득 들어차는 듯한 느낌에
어느새 가슴은 벅차올라 두근 거리고 시야는 흐려진다.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글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윤성택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윤성택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뎠습니다
들고 있던 화분이 떨어지고
어둡고 침침한 곳에 있었던 뿌리가
흙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내가 그렇게 기억을 엎지르는 동안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내 안 실뿌리처럼
추억이 돋아났습니다
다시 흙을 모아 채워넣고
앞으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
손으로 꾹꾹 눌러주었습니다
그때마다 꽃잎은 말없이 흔들렸습니다
위태하게 볕 좋은 옥상으로
너를 옮기지 않겠다고
원래 자리가 그대 자리였노라고
물을 뿌리며 꽃잎을 닦아내었습니다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시집 《리트머스》(문학동네) 中
예전에도 올린 적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다시 읽으면서 느낌이 조금 달라진 것 같아 다시 올려본다.
근래의 나는 대부분의 아름다운 추억들을 들춰보며 그것이 기쁨이든 가슴아린 기억이든 되돌아 보고 그 안에서 감상의 나래를 펼쳐내는 것이 상당히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비단 과거의 연인에 대한 기억에 한해서 뿐 만 아니라 친구들, 가족들과의 기억들, 학교에서, 사회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기억에 이르기까지내 안 깊은 곳 어딘가에는 언제든 내게 기억의 싹을 틔워줄 수 있는 뿌리가 고이 잠자고 있을 터이다. 보통의 내가 아는 사람들은 기억이 뭍어있는 것들을 잘 버리지 못한다. 누군가와의 정이 오고갔던 흔적, 아팠던 기억, 애틋한 감정들이 먼지만 소복이 쌓인채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한채 잠자고 있겠지만 언젠가 먼지 한번 후 불어주면 날아가는 먼지와 함께 튀어나오는 기침소리처럼 툭 하고 내 안에서 나와 과거에 대한 그리움에 휩싸이게 할 그것들 말이다. 그리고 가끔은 내게 그런 기억들을 안겨준 사람들을 그리워하게 된다. 너무나 오랜시간 말뿐인 생각으로만 그리워하던 그 실체들이 문득 궁금해지곤 한다. 아직도 예전 그대로 일지.. 그러면서도 쉬이 확인해 보지 못하는 이유가 변해있을 그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라고 한다면 그건 너무 뻔한 거짓말이다. 그저 귀찮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났을 때나 소식을 접했을 때 그 오랜 공백을 메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여전히 그렇게 어딘가에 널부러져 있던 기억들을 하나 버림없이 모아두고 기억하고 싶어한다. 그것은 그저 추억하는 것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환상의 시간들을 잃고 싶지 않아서 이기도 하고, 뭐랄까 살아가면서 그리워하는 이, 궁금해 하는 이 하나 없이 사는 것은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나에게 숨을 불어넣어주는 것들..
글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 도종환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도 종 환
피었던 꽃이 어느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 비에 소리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오던 사람들은
제각기 화사한 기억 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 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 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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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어찌나 간사한 지, 사람을 대할 때나, 사물을 대할 때나 그것의 아름다운 면모가 남아있을 때까지만 가까이 두려하고 그 시기가 지나버리면 찾지 않게 되는 듯 하다. 자신도 결국 세상의 다른 개체들과 다를 바 없이 언젠가 시들고 말 존재임을 깨닫지 못한채 말이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대한다 함은 이와 같이 그의 빛나는 한 때만이 아니라 저물어 초라해 진 모습까지도 같이 사랑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