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가난한 사랑노래 - 신경림
좋은시 한 편
2021. 3. 29. 21:29
가난한 사랑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 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보지만.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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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이 시를 접한 그 순간부터 난 이 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줄한줄에서 느껴지는 그 애절함이란..
나는 그렇게 애절하도록 가난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느껴야 하는 구구절절한 사정들이
이 몇줄의 시를 통해 머리 한가득 들어차는 듯한 느낌에
어느새 가슴은 벅차올라 두근 거리고 시야는 흐려진다.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