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Boy A
Review
2009. 4. 7. 20:04
오랜만에 영국영화 한편을 감상했다. 테리와 이제 잭이라는 새 이름으로 새 인생을 시작하려는 젊은이가 나누는 대화로 영화는 시작한다. 어릴적 친구와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죄로 14년간을 감옥에서 보내다 가석방되는 잭은 이제는 전혀 다른 삶은 살 수 있을꺼라 기대하며 세상에 발을 내민다. 테리는 그런 그를 옆에서 잘 보살펴주고 조언을 해 준다. 새로운 이름으로 새로운 일터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여자친구까지 생긴 잭. 영화는 성실하게 살아가는 잭의 일상 사이사이에서 과거 에릭 윌슨으로 살았던 그의 어린 시절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그는 더럽고,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왕따 학생이었다. 그러던 그는 어느날 학교를 빼먹고 시간을 보내던 중 필립이라는 아이를 만난다. 이후로 둘은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제일 친한 친구 사이가 되지만 아이러닉하게도 에릭는 필립으로 인해 같은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를 죽이게 되고 사회로부터 악의 화신 취급을 받으며 격리되고 만다. 다시 에릭이 없는 잭이 사는 세상으로 돌아와 보면 잭은 누가 봐도 귀엽고 성실하기 그지 없는 사랑스러운 청년이다. 일도 열심히 하고 회사의 경리를 보던 미쉘과 아름다운 사랑에 빠진 그는 더이상 자신에게 불행이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젖어들고 점점 주변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속이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테리의 아들로 인해 우연히 그의 과거가 드러나고 그는 친구에게서도, 직장에서도, 애인에게서도 버림을 받으며 어디에서도 더이상 자신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결국 그는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끝까지 가서 자신을 바다속에 내던지려 한다.
오랜만에 본 우울한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순결해 보이는 청년이 과연 무슨 일로 어린 나이에 교도소에 들어갔어야 했을지 궁금해야 했고,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어쨌든 이 아이는 이제 용서받을 수 있다고 단정지어야 하는 건지 고민해야 했다. 이제 모두에게 의지할 수 있다고, 사회가 더이상 자신에게 적대적이지만은 아닐거라고 기대에 차 있던 이 젊은 청년에게 다시 한번 맞이하게 된 주변과의 단절은 무엇보다 참기힘든 고통이었을 것이다. 가슴 절절이 느껴졌다. 과연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는 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을 나이에 저지른 죄로 인해 그는 평생을 단한번의 기회조차 얻지 못한채 죽은 듯 살았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전혀 반대의 관점에서 누군가에게 평생을 씻지 못할 상처를 안긴 죄인이 그저 몇년의 형을 모범적으로 살았다고 해서 다시 세상의 밝은 빛을 보며 살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가 구해준 여자아이로 부터 받은 한장의 그림 편지가 그 자신을 너무나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칼을 들고 있는 천사.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위협적이게도 칼을 들고 있는 잭. 결국 잭으로 다신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안 그는 그간 특별했던 사람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남긴다. 그가 남긴 사과와 감사의 말은 과연 사람들의 생각을 돌릴 수 있었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