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청춘

잔잔일상사 2008. 9. 3. 22:41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싱그럽다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파릇파릇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가까이 들어보면 아무것도 아닌 시덥지 않은 일에 무어가 그리도 재미난지 넘어갈듯이 깔깔거리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살며시 미소짓게 되는 그런 20대 초 아이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그래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하고 돌아보게 된다. 어느덧 대학 새내기들과는 띠동갑이라는 세월의 거리를 두고 있고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상당한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라고 외치며 어느덧 삼십대가 되어버린 자신을 위로하고는 있지만 역시 숫자에 불과한 나이라도 작은 숫자일때가 좋은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이건 정말 우스운 상황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내가 아무리 대학 신입생보다 12살이나 많은 아저씨 뻘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봐야 이제 겨우 31살이 되었을 뿐이다. 솔직히 말한다면 나는 아직 내 인생의 황금기에 막 접어들려고 하는 시기인데 그런 시기에 와서 이제는 너무 늙어버렸다고 축 처져있다니, 우습지 않은가. 아직 나는 내 인생의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부모님의 그늘에 가려져 있고 부모님이 없이는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하기 힘든 그런 상태이다. 사실 이 대목에서는 조금 부끄러워 해야 마땅하다고 자신을 질책하고는 있지만 조만간 졸업을 하고 직장을 갖게 된다면 뭔가 좀 달라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는 있다. 그런데 이제 막 인생의 본격적인 막을 시작하려는 단계에 서있는 내가 그 막을 시작도 하기 전에 나의 싱그러운 청춘은 모두 지나가 버렸다고 과거를 회상하고 그리워 하는 건 아무래도 좀 딱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지금 당장이야 삼십대가 되어 버렸고 이제 곧 40대도 멀지 않은것 같고 이루어 낸 것은 없고 하니 청춘은 다 지나갔다고 느껴지겠지만 그런 생각의 굴레에 휩싸여서 축쳐진 채로 앞으로의 인생의 무대에 서게 된다면 이제 시작해 버린 내 무대는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한채 그저 그런 채로 살아지게 되지 않을까? 20대가 물리적인 나이의 잣대에 비추어 싱그러운 청춘기었다면 30대는 전체 인생이라는 큰 맥락에서 볼때 여전히 활력이 넘치는 나이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문제는그걸 받아들이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겠지. 세상 다 산것처럼 쳐져서 지내지 말고 내게 주어진 이 청춘기를 조금 더 기운차게 조금은 유치하게 그리고 때로는 엉뚱하게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내 자신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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