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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03 김정원 & 피터 야블론스키 피아노 듀오 콘서트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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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 피터 야블론스키 피아노 듀오 콘서트 관람기
Review/영화/공연/전시
2010. 7. 3. 13:24
6월의 마지막 날.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탔다.
계획에 없던 피아노 콘서트를 보러 가기로 갑자기 마음을 먹은 탓에 차를 집에 두고 왔기 때문이었지만
가끔 버스를 타보는 것도 운치있지 하며 자신을 두둔해 보지만,
사실 가는 길 내내 옆에 서있던 남자의 땀냄새 때문에 죽을 것만 같았다.
혹시나 자리가 없을까 해서 걸음을 재촉했지만 막상 가보니 자리가 너무 많이 비어 있어 조금 실망스러웠다.
오른쪽 앞쪽 자리라 적어도 한명의 연주 모습은 제대로 보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무대 중앙 쪽 가운데 자리가 항상 좋은 건 아니라는 걸 알게되었다.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이윽고 두 연주자가 나란히 등장해 한대의 피아노 앞에 나란히 앉았다.
상당히 비좁고 불편해 보이는 것과는 달리 Mozart의 두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연주(Sonata in C major, KV521)가 시작되었다. 크게 특징적이거나 격한 곡이 아니라 다소 밋밋할 수도 있었지만, 그 나름의 오밀조밀한 맛과 반복되는 리듬이 매력적인 곡이었던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두사람의 스타일이 좀 안 어울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곡 다음에 연주했던 나머지 곡들은 모두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 냈던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은 접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 hands를 위한 곡 보다는 다른 듀오 곡들이 더 좋았던 것 같다. Youtube에서 kissin과 Argreich의 연주를 들어보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더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연주는 Arensky 라는 사람이 작곡한 Suite No.1 for two pianos, Op.15 이다.
이곡부터 두사람의 연주가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확실히 두사람은 다른 연주 스타일을 가진 연주자이다. 김정원은 다소 격정적인 연주스타일이라면 야블론스키는 뭐랄까 절제되면서 섬세한 연주스타일이랄까 한국 사람들에게 어떤 연주 스타일이 더 먹혀들지는 모르겠지만 두사람 모두 훌륭한 연주자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첫번째 곡에서는 한 피아노위에서 두 스타일의 연주가 이루어지는 걸 듣고 있자니
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있었는데, 두대의 피아노를 가지고 따로따로 이루어지는 연주를 듣고 있자니 왠지 귀가 즐거워졌다. 뭐랄까 서로의 비는 부분을 매꿔준다고나 할까. 야블론스키 같은 스타일은 섬세하지만 자칫 지루해 질 수 있을 것 같고 김정원의 스타일은 조금은 너무 격정적이라 가끔씩 잡아 끌어내려 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인데 그런 부분을 서로서로가 보완해 가면서 멋진 곡을 만들어 냈다. 지금 검색해 보면서 알게 된 건데 김정원씨는 아내 김지애 씨와 함께 이 곡을 연주한 적이 있다. 연주는 피터 야블론스키가 한수위일지 몰라도 확실히 부부 사이라 그런지 부부의 연주가 더 달콤하게 들리는 건 그냥 느낌 때문일까? 아무튼 곡 자체도 굉장히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면서 약간 jazzy 한 느낌도 들고 해서 콘서트 홀의 분위기가 아주 말랑말랑 해지는 것 같았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시작된 2부 공연에서는 Rachmaninoff 의 Suite No 2 for two pianos, Op. 17과 Lutoslawski의 Variations on Paganini theme 을 연주했는데 두 곡다 특히 마지막 Lutoslawski 곡은 무거우면서도 빠른 스타일에 그러면서도 어떤 현대적이면서 불안정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하는 듯한 스타일의 곡이라 그런지 개인적으로 인상적이고 더 맘에 들었던 것 같다. 뭐 귀에 익어서 인지도 모르겠지만. ㅎㅎ
2부 시작하기 전에 김정원씨가 잠깐 나와 2부 공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시작했는데, 나는 이제 좀 유명해진 피아니스트라 자신만만한 모습의 김정원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굉장히 수줍은 듯한 태도를 지닌 사람이었다. 이래서 여자들이 더 열광하나보다 싶더라는.. 피아노 칠때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보이는데 말이지..
두번의 앵콜 공연끝에 연주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고 나오자마자 프로그램을 산 나는 온통 사진찍느라 난리인 여자들 사이에 줄을 서서 사인을 받아왔다. 흠.. 솔직히 여자들만 서있는데 있을라니 좀 그래서 잠깐 망설였는데, 나름 기다려서 사인받아오니 왠지 뿌듯하다는. 아무튼 즉흥적으로 참석하게 된 콘서트 였지만 오랜만에 귀를 정화시켜서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 한 듯 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지난번 당타이손 공연을 놓친 걸 뼈저리게 후회했더라는.. ㅠ.ㅠ 당타이손 다시 와 주세용~~~